외환 가격 이해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2월 10일 | 0개 댓글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환 가격 이해

네이버 블로그를 폐쇄하며 옮겨왔어요.

[IT인을 위한 금융상품 이해] 외환(4) - 외환시장과 외환거래

오늘은 이러한 상품들이 거래되는 외환시장과 외환거래는 왜 발생하는가에 대해서 살펴보려 합니다. 설명의 순서상 먼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만 IT인들에게 먼저 눈에 띄는 외환금융상품에 대해 개괄적으로나마 설명을 먼저 하고 이유는 나중에 언급하고 싶어 미뤄 두었습니다. 그런 한편, 거래의 경제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빠진 채 금융상품 설명을 하면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금융계의 한 지인의 충고가 있었기도 했습니다.

사전적으로 외환시장(外換市場)이란 외환(외화)의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말합니다. '시장'이란 말을 들으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 결정에 관한 것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외환 거래에서 가격은 '환율'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외환거래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외환거래의 수요와 공급은 왜 생기는 것이며 외환거래를 통해 얻는 경제적인 효익(benefit)은 무엇일까요? 다음과 같이 세가지 관점에서 설명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미국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원화를 내밀면 받아주지 않습니다. 미국에 가면 그 나라 통화인 미국 달러를 지불통화수단으로 사용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그 나라의 통화라고 하는 것은 그 나라의 구매력(purchasing power)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우리가 미국에 여행갈 때는 누구나 달러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이며, 반대로 달러를 공급하는 곳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그 교환 비율이 정해지게 되고 이것이 곧 환율(exchange rate)이 됩니다.

수출업체나 수입업체와 같은 무역업체의 경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기업의 손익에도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외환상품에 대한 리스크이니 '외환위험'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외환거래는 이 외환위험에 대비한 수단으로써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금융과 기업경영에 있어 '위험(리스크)'란 무엇인가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국내기업 A 업체에서 외국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품을 수출하고 대금 1백만 달러를 받기로 했는데 지급일자는 지금부터 3개월 뒤라고 하겠습니다. 3개월 뒤까지 두 업체가 망하지 않고 제품수출과 대금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할 때 남아있는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힌트는 이 기업의 경영자가 실적평가를 원화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업이 백만달러를 3개월 뒤에 수취할 때 원화로는 얼마일까요? 달러러는 정확히 '백만달러'라고 보고할 수 있지만 원화로는 '정확히는 모름'이 됩니다. 이 수출계약만으로는 아무도 정확히 말해줄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환율 대비 3개월 뒤의 환율의 높고 낮음에 따라 원화금액은 현재환율로 계산한 원화금액보다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혹은 환율을 예상해서 수출대금을 조정할 수 있겠지만 그 예상의 맞고 틀림을 또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됩니다.

위의 예시에서 위험이란 무엇인지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금융 그리고 경영 관점에서 우리는 이렇게 '불확실한 것'을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좀 더 유식하게 말하면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말하죠.

이런 외화거래의 불확실성을 외환거래를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기업경영이란 것도 달리 말하면 끊임없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적은 금액도 아니고 그렇다고 환율이 올라가기를 기대하기만 할까요? 이럴 때 우리는 '3개월 선물환(FX Forward)' 계약을 체결합니다. 3개월 뒤의 시점에 예상 환율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럼 이 때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손실을 볼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불확실성을 없애고 받을 원화금액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1997년은 오래된 과거입니다. 2016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분들이 1997년생이죠… 그런데 요즈음 ‘1997년’을 많이들 이야기하곤 합니다.

2015년 12월,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림 으로써 2008년 12월 이후 7년만에 제로금리정책에서 벗어났습니다. Fed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던 해는 2006년이니, 사람들은 무려 9년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방기금목표금리(Federal Fund Target Rate)는 0.00%~0.25%에서 0.25%~0.50%가 되었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세계 투자자들은 신흥국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을 불러와서 ‘1997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를 우려하기 때문이죠. 1997년에 신흥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2015년 11월 22일, 김영삼 前 대통령이 서거하자 많은 사람들이 1997년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온 몸을 바친 김영삼을 회고하며 “‘1997년 IMF 사태’ 때문에 저평가 받는다.” 라는 말을 합니다. 1997년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번글에서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해서 다룹니다. 1997년의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글로벌 거시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지식을 얻는 것이 글의 목적 입니다.

일반사람들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IMF 사태’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호칭일뿐더러 1997년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1997년의 사건이 세계경제사에 가지는 의미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려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라는 명칭에 우선 주목 해야 합니다.

자, 이제부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종금사와 기업의 ‘단기외채’ 차입
  • 태국발 금융위기 발생 → 충격의 여파가 한국으로 확산
  • 통화가치 하락에 이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부담의 증가

▶ 금융자유화에 이은 기업과 종금사의 단기외채 차입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 초반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당시 한국은 ‘금융자유화'(Financial Liberalization)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하였습니다. 국내 기업들과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은 외국계 외환 가격 이해 은행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빌렸습니다(자본유입, capital inflow).

이들이 빌린 자금은 ‘만기가 짧은(단기)’,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외채) 였습니다. 기업들은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자금으로 투자를 증가시켰고, 종금사들은 외국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자금을 국내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하여서 차익을 챙겼죠.

▶ 1997년 7월, 태국 금융위기 발생

그러던 와중에 1997년 7월,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 했습니다. 태국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사건이 일어났죠.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위기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확산되어 나갔고, 한국에게마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불러온 유동성위기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된 외국계 은행들은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환요구'(sudden stop)를 겪게된 일부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는 ‘유동성문제’를 겪게 되었고, 결국 파산 하고 맙니다.

그러자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어 나갔습니다. 이제 외국계 은행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의 상환능력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다른 기업들 또한 유동성위기를 겪게 되었죠.

▶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이 초래한 원화가치 하락, 외채부담을 증가시키다

한국경제 전체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의 상환요구로 인해 ‘급작스러운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하였고, 원화가치는 크게 하락(환율상승) 하고 맙니다.

원화가치 하락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빌렸던 자금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였습니다. 따라서, 원화가치 하락은 대차대조표상 부채부담을 증가 시켰던 것이죠.

쉽게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때 1달러를 빌렸다면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크기는 1,000원 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1달러당 2,000원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 한다면 부채크기는 2,000원이 되어버리죠. 1997년 6월 당시 환율은 1달러당 1,000원 미만이었으나, 1997년 12월 환율은 1달러당 2,000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했었습니다.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상환 & 원화가치 하락 막기가 초래한 외환보유고 고갈

국내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달러화로 그들의 부채를 상환하였죠. 그리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해서 달러화를 팔아야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이제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외채를 갚을 수도 없었고, 원화가치 하락을 막을 수도 없었죠. 달러화가 필요한 한국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쳥 하고 맙니다. 외국통화인 달러화가 부족하여 발생한 위기, 즉 ‘외환위기'(Currency Crisis)가 발생한 겁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특징

  • ‘동아시아’의 위기
  •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 ㆍ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
  • 급작스런 자본유출(Sudden Stops→Disruptive Outlfows)외환 가격 이해 에 이은 유동성위기

앞서 스토리로 살펴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 ‘IMF 사태’가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겪었던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외환위기'(foreign currency crisis) 입니다. IMF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한국정부에 달러화를 빌려준 기관이었을 뿐입니다. (물론,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건 긴축정책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이는 논외로 합시다.)

1997년 외환 가격 이해 당시 한국이 겪었던 위기를 ‘IMF 사태’로 부른다면, 위기의 특징과 원인을 제대로 모르게 됩니다. (특징과 원인은 바로 밑에서 다룹니다.) 또한, 당시 위기가 마치 ‘한국만의 사건’이었던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 만기 불일치와 통화 불일치

당시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단기'(short-term) 자금을 외국계은행으로부터 빌린 다음에, ‘장기투자’에 나서거나 ‘장기'(long-term)로 다른 곳에 다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즉, 한국 기업과 종금사는 ‘단기부채’와 ‘장기자산’을 가지고 있던 셈이죠.

외국계은행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단기부채’ 상환을 요구했을때, 유동성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 라 합니다.

또한, 당시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 쉽게 말해 ‘외채’를 빌렸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를 빌렸다면, 가지고있던 원화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통해 부채를 대신 상환해 줄 수도 있었죠.

그러나 ‘외채’ 였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발권력은 소용이 없었고 한국 기업과 종금사 또한 돈을 쉽게 갚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원화가치 하락이 일어났을때 외채부담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 라 합니다.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로 인한 ‘대차대조표 위기’

이러한 ‘통화 불일치’는 금융사ㆍ기업의 ‘대차대조표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던 은행과 기업들의 대차대조표상 부채부담이 증가 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과 기업들의 대차대조표가 손상되기 시작한 것이죠. 민간부문의 대차대조표 손상은 ‘동아시아 경제의 신뢰성 상실 the 외환 가격 이해 loss of confidence’ 로 이어졌고 추가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했습니다.

▶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

자, 만기 불일치든 통화 불일치든 대차대조표 손상이든, 외국계은행이 ‘갑작스럽게 상환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유동성위기를 겪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계은행들이 그냥 ‘만기연장'(roll-over)을 해주었더라면, 평온한 상태가 지속됐을 겁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들은 부채상환을 요구하고 외화자금이 빠져나가자, 유동성문제와 원화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즉, 1997년 당시 한국이 겪었던 위기는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s)이 불러온 유동성위기 였습니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

  •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었을까요?
  •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요?
  • 신흥국이 직면했던 ‘원죄'(Original Sin)

▶ 금융감독 기능의 부재

1997년 당시 한국은 ‘금융감독'(financial supervision) 기능이 부재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을 감시하지만, 당시에는 은행감독, 보험감독, 증권감독 등 금융감독 기능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융시장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었죠.

이런 이유로 인해,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빌리는지도 몰랐습니다.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돈을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 얼마만큼 재대출 해주는지도 몰랐죠. 그리고 당시에는 재무제표 공개 등 기본적인 ‘공시기능’도 없었습니다. 기업들의 회계조작 등이 성횡하였죠.

▶ 정부의 지급보증 관행

1960년대 경제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한국경제는 ‘정부의 지급보증'(government guarantee)을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빌린 뒤 파산하여도 결국에는 정부가 막아준다는 생각을 하였고, 돈을 빌려주는 외국계은행 또한 “이렇게 많이 빌려줘도 한국정부가 갚아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죠.

▶ 금융시장 자유화와 자본유출입이 가져오는 폐해

게다가 당시 한국정부와 관료, 그리고 세계 경제학자들은 ‘자유로운 자본이동'(free capital flow)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1997년 이전 IMF는 개발도상국 등에게 ‘금융시장 개방’을 주문하였습니다. 금융시장이 개방되어서 선진국 자본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다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를 증가시켜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였죠.

그러나 이렇게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이 ‘갑작스럽게 유출'(disruptive outflows) 되었을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세계 경제학자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정부와 관료들 또한 이를 모르고 있었고, ‘단기외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집계하는 통계조차도 없었습니다.

▶ 신흥국이 직면했던 ‘원죄'(Original Sin)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흥국이 직면했던 원죄'(Original Sin) 에 있습니다.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심한 변동을 겪는 상황에서, 장기채권과 개발도상국 통화로 표기된 채권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무도 구입하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은 만기가 짧고, (통화가치가 안정된) 외국통화로 표기된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28
– 1993년-1998년 사이,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이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보유한 비중은 전체부채 중 2.3%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에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52.6%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이러한 현상을 “신흥국의 원죄 The Original Sin”라 칭했습니다.

1993년-1998년 기간 사이에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denominated by its own currency 의 비중은 2.03% 불과했습니다.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습니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죠.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

  • 경제학계의 변화와 발전
  •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자

1997 외환위기가 발생한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2016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1997년생이죠. 한국정부와 세계 경제학자들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요?

▶ 3세대 금융위기 이론의 발전

1997년 당시 세계 경제학자들이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가져오는 폐해’를 몰랐던 이유는 그러한 방식의 금융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간 자본이동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s)와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가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생각치 못했었죠.

이전의 금융위기는 크게 2가지 형태였습니다.

1세대 금융위기 모형은 해당국 정부의 방만한 거시경제 운용으로 인한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문제'(fundamental)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970-80년대 외환 가격 이해 중남미 국가들의 저성장, 재정적자와 하이퍼 인플레이션 등의 사례이죠.

2세대 금융위기 모형은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한 투기적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영국 파운드화 폭락 사태 등이 이를 보여주죠.

1세대, 2세대 모형을 생각한다면, 1997년 당시 한국경제 상황은 낙관적이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긴 했으나, 경제성장률, 재정적자 규모, 인플레이션율 등 거시경제 기초여건은 안정적이었죠. 그리고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긴 했으나, 투지적공격은 없었습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과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가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지나고 나서야, 경제학자들은 3세대 금융위기 모형을 내놓았고,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자본이동의 규제와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

1997년 이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주창했던 IMF는 오늘날에 “특정상황에서는 자본통제(capital control)도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감독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각국에 강조 하고 있죠.

1997년에 위기를 겪었던 한국은 두번 다시 똑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대비를 철저히 해놓고 있습니다. ‘단기 대외부채’를 철저히 감독하고 있으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고 있죠. 세계 경제학계내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모범사례로 매번 한국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함의

  • 1997년의 사건이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자,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특징 · 원인 · 교훈’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1997년의 사건을 ‘IMF사태’가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인식해야 만 올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생각의 지평을 좀 더 넓혀서,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알아봅시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세계 다른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10년 후인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1997년의 사건을 단순히 ‘IMF 사태’로 인식한다면 ‘세계경제흐름 속에서 1997년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됩니다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①

  • 1998년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에서도 위기 발생

19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 홍콩 등을 거쳐서 11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한국은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외환위기의 충격이 ‘동아시아’ 내에서만 머무르고 끝났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그리고 미국에까지 큰 영향 을 미쳤습니다.

러시아경제는 석유 · 가스 등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자 원자재수요가 크게 감소하였고, 그 결과 러시아경제도 침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고, 1998년 8월 결국 러시아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맙니다.

동아시아 → 러시아로 퍼진 위기는 이제 중남미로 향합니다. 1997년 동아시아가 외환위기를 겪는 모습을 본 브라질은 자본유출을 막고 고정환율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는 지속되지 못하였고, 결국 브라질 통화가치는 크게 하락하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나게 됩니다. 1998년, 브라질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98년 브라질에 이어서 아르헨티나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납니다. 1998년-2002년 사이 아르헨티나 경제의 생산량은 무려 28%나 감소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②

  •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를 본 미국,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 1999년 IT 버블 형성 → 붕괴 → 2001년 경기침체

세계 여러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 1998년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본 미국은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합니다. 당시 미국경제 성장률은 비교적 견고하였으나,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경제위기가 미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LTCM Management’ 사태입니다. 헤지펀드 회사였던 LTCM은 러시아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큰 손실을 보게되었고, 미국 다른 금융기관들은 Fed의 감독아래 약 3조원 가량의 자금지원을 해줍니다. LTCM 사태를 본 Fed는 미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였고,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1998년 10월의 기준금리 인하’가 향후 위기의 불씨 가 되고 맙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인플레이션율도 낮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국내거시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연히 과열을 부르게 됩니다.

외국에서의 위기로 인해 주춤하던 미국 주가지수는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시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당시 新산업이었던 IT기업을 중심으로 주식가격이 크게 올랐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던 IT기업들은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했었지만, ‘새로운 산업’이라는 환상은 무척 강력했습니다.

이러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결국 큰 충격을 초래합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해나가자 미국 주가지수는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IT 버블이 꺼지게되자 그동안 잔치를 누려왔던 IT기업들은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미국은 2001년부터 경기침체 에 빠지고 맙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③

  • 2001년 경기침체 이후, Fed의 초저금리 정책
  •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게된 신흥국
  • 부동산시장 버블 형성 → 붕괴 → 2008 금융위기

2001년 경기침체를 빠진 미국. Fed는 불과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무려 4.75%p나 인하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 1%라는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하였죠.

그러나 IT 버블 붕괴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저금리정책은 또 다른 버블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부동산가격 급등’ 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미국인들은 많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매해 차익실현을 노렸습니다.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킨 또 다른 원인은 ‘신흥국에서 유입된 자본’이었습니다. 외환보유고 부족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은 1997년 이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기 시작 합니다.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을 벌어들였고, 미국 달러화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화보유고를 늘려나갔습니다. 미국으로 유입된 신흥국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미국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부동산가격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나가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은 기준금리를 정상수준으로 올려나갔고,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대출을 받은채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게되었죠. 대출연체율이 증가하자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2008 금융위기 가 터져버리고 맙니다.

이처럼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2가지 경로를 통해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이 되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1998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위기 & LTCM 사태 → 1998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 IT 버블 형성 → IT 버블 붕괴 → 2001년 미국 경기침체 →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대의 초저금리 정책 → 미국 부동산버블 형성 → 2006년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 → 대출연체율 증가 →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 파산 → 2008 금융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신흥국들,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 →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뒤 미국 달러화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환을 모으려고 함 → 신흥국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 → 미국 부동산버블 형성 → 2006년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 → 대출연체율 증가 →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 파산 → 2008 금융위기

외환 가격 이해

시간에 맞춰 새로고침을 누르십시오.

05 일 남음 00 시 :00 분 :00 초 남음

[신]환율의 이해와 예측 외환당국자로서의 경험과 경제학자의 통찰력을 담아서 쓴

22 500 1개 구매

제휴사 할인혜택은 바로구매 시에만 적용됩니다.

도서 연관상품

광고를 구매한 상품으로 광고 입찰가
순으로 표시됩니다.

이 상품을 본 고객이 많이 본 다른 상품

슈퍼마트에 이런 상품도 있어요

발급받은 쿠폰이 적용된 가격은 결제 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지금 0 명 이 이 상품을 보는 중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하여 페이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안정적인 서비스 이용을 위해 앱 버전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앱 업데이트를 진행해 주세요.

  • 최신 앱 업데이트하기

이미 구매하신 회원님의 주문은 유효합니다.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시면 티몬 고객센터로 전화(1544-6240)
또는 1:1 채팅상담을 통해 문의 부탁 드립니다.

이미 구매하신 회원님의 주문은 유효합니다.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시면 티몬 고객센터로 전화(1544-6240)
또는 1:1 채팅상담을 통해 문의 부탁 드립니다.

주소가 잘못 입력되었거나, 판매 종료가 되어 해당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입력하신 주소가 정확한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이 상품은 별도 지정된 회원에 외환 가격 이해 외환 가격 이해 한해
구매 가능한 상품입니다.

구매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로그인을 해 주세요.

19세 이상만 조회/구매가
가능한 상품입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해당 상품은 로그인 및 성인 본인인증 후 조회/구매가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안내에 따라 성인 본인인증을 해주시고, 비회원일 경우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딜 오픈 알림 등록 완료

알림 수신은 앱에서만 가능합니다.

앱 설정에 따라 알림 수신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사전 공지 없이 일정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상호 (주) 티몬 대표 장윤석 사업자 정보 사업자 정보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118 아리지빌딩 사업자등록번호 211-88-41856 통신판매업신고 제2013-서울강남-02403호 호스팅 서비스사업자 (주)티몬 E-mail [email protected] 고객센터 1544-6240 파트너센터 배송상품 1644-0552, 여행·O2O 상품 1644-0230 고객/파트너센터 운영시간 평일 09시~18시(점심시간 12~13시), 주말/공휴일 휴무

(주)티몬은 통신판매중개자로서 거래당사자가 아니며 입점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 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주)티몬은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주)티몬 사이트의 상품/판매자 정보/쇼핑 정보/콘텐츠/UI 등에 대한 무단복제, 전송, 배포, 스크래핑 등의 행위는 저작권법, 콘텐츠 산업 진흥법 등 관련법령에 의하여 엄격히 금지됩니다. 콘텐츠 산업 진흥법에 따른 표기

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2008년 12월 17일 18: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요 포털 검색어 통계에서 ‘환율’이 1위로 올랐다고 한다. 환율은 뉴스에 회자되지 않을수록 좋다.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은 환율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반증이거나 우리나라의 성적표인 환율이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올해 외환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환율이 급등한 데는 경상수지 적자 전환, 신용위기 확산, 세계 경기 침체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 중에서도 외환수급적 요인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환율 급등 현상에 대해 충분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단순히 국제수지표로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 이들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올해 환율에 대한 이해와 향후 전망에 다소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원화 강세와 소득 증가 덕에 고착화된 서비스수지 적자에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무역수지까지 적자로 전환되면서 경상부문에서 유입되는 달러보다 해외로 나가는 달러 규모가 많아졌다. 여기에 2005년 중반부터 순매도 기조로 돌아선 외국인들이 올해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 치웠고, 외환 가격 이해 직접투자수지도 2006년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제수지표상 실질적으로 외환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와 직접투자수지와 외국인 주식투자 규모를 합할 경우 무려 600억달러에 가까운 유출 초과를 기록했다. 이러한 달러 유출 초과 규모는 올해 GDP의 6.2%(IMF 전망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96년의 3.8%를 크게 상회했다. 따라서 기초적인 수급이 환율 급등의 외환 가격 이해 주범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 선물환 매도

그런데 이러한 인식에 혼란을 주는 지표가 있다. 올해 9월까지 무역수지는 148억달러 적자인데, 같은 기간 기업들의 선물환 거래는 661억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실제로 외환시장에는 선물환을 통해 대규모 달러가 공급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달러 유출 초과 규모를 상회하는 규모이다.

선물환 매도가 많았던 것은 1, 2분기에 수출기업들이 환헤지에 매우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까지는 이러한 선물환 매도가 외환시장에서 강력한 달러 매물 압박을 주었다면, 올해는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수입업체들의 결제규모가 크게 증가한데다 환율도 상승세로 전환되자 달러 결제를 서두르는 경향까지 가세하면서 달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해외펀드 환헤지

다음으로 해외펀드의 환헤지가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해외투자 펀드의 높은 환헤지 비율은 펀드 자금의 유입과 환매에 따른 환율 변동을 미미하게 만들었다. 반면 투자자산의 가치 변동에 연동하는 환헤지 형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들 환헤지 조정의 방향이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과 일치하는 경향이 높아 주가 하락시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주가 상승시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내년에도 우리나라 환율은 증시의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다.

환율이 수급을 뒤집다

시장의 포지션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쏠려 있는 가운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때 환율 수준 자체가 수급의 역전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올해 KIKO와 같은 통화파생상품은 이런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즉 수출을 해서 달러를 팔아야 하는 기업들이 통화옵션 계약에 따라 오히려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은행에 갚아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외환수급을 더욱 왜곡시켰다. 또한 하반기 들어 환율 급등으로 선물환 매도 등을 통해 환헤지를 했던 기업들의 평가손이 급증함에 따라 은행의 크레딧 라인 축소로 신규 선물환 매도가 부진했던 점도 환율이 수급을 뒤집은 경우로 볼 수 있다.

신용위기가 심화시킨 수급 왜곡

한편 올해 하반기에는 신용경색 심화로 은행권의 외화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외화자금 조달을 기반으로 한 선물환거래가 차질을 빚어 수출기업들의 환헤지 물량을 감소시켰다. 또한 수출환어음 매입이나 유산스 거래 등 무역금융까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또한 수출대금 매도를 늦추고 수입대금 결제를 당겨 실제 외환 가격 이해 달러 수급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했다.

경기 침체, 수급의 구도를 바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데, 특히 최근 2~3년간 대호황을 보였던 조선업종이 올해 3분기부터 심각하게 위축되면서 외환시장에서 매물공백의 중요 원인이 되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상수지가 220억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자금까지 유입된다면 기초적인 외환수급상 환율 하락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다. 증시가 상승할 경우 해외펀드 환헤지 관련 달러 매도 물량도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신용위기가 1분기를 고비로 점차 완화된다면 신용위기가 심화시켰던 수급 왜곡도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이다. 환율 상승 자체가 외환수급에 영향을 미쳤던 부분도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 외환 가격 이해 조선업 수주 급감 등으로 실질적인 외환수급상 소폭의 달러 공급 우위이거나 균형 수준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증시의 안정이 환율 하향 안정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체메뉴

이처럼 외평기금의 증가는 기금 손실이라는 직접적인 효과를 낳는다. 그 외에도 외평기금의 증가는 여러 간접적인 효과를 낳는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사진 : 연합뉴스TV 갈무리

환율 유지 정책에 따른 사회 불평등 확대 효과

외평기금을 운용하는 주요한 목적은 환율이 하락할 때 그것을 막기 위한 데 있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의 생존적인 이해가 걸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당연하지만 환율의 하락을 막음으로써 얻는 이익의 대부분은 수출 대기업에 돌아간다. 재벌기업들의 수출의존도는 중소기업보다 훨씬 높다. 그러므로 환율정책에 따른 이익의 더 많은 부분을 수출기업들 가운데서도 재벌기업들이 차지한다.

수입을 해야 하는 내수 업종 중심의 기업들은 환율 상승 때문에 오히려 손실을 본다. 나아가 환율 상승은 외국에서 물건을 더 비싼 값으로 사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물가를 상승시키는데, 그에 따라 자영업자, 서민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리하여 우리나라의 환율정책은 수출 재벌기업들에 유리하게, 그리고 내수 중소기업, 자영업자, 임금 소득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분배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사회 불평등의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을 늘려가는 것은 미국의 달러 체제에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 미국은 주변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려나가면 경상수지 적자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미국의 달러 발행 증가를 반영한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확대는 수출 기업들의 이해에 유리하게 기능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재벌 수출기업들의 이해는 달러 발행을 늘리려는 미국의 전략에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수출주도 경제로 서 있는 한 그것이 달러 체제의 유지에 힘을 보태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외평기금의 확대는 금융자산의 성장에도 기여한다. 외평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국고채 발행 증가, 외화자산 매입에서 발생한 화폐량의 증가를 중화하기 위한 통화안정채권의 발행 증가, 외평기금을 통한 대외 자산운용의 증가 등은 금융자산의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자산의 증가는 대체로 금융 세력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그러나 금융자산이 증가가 노동자, 농민, 서민에게 반드시 유리하게 기능하지는 않는다. 금융자산(주식, 채권, 예금 등) 증가에 따라 그에 비례해서 배당과 이자가 증가하면 이를 지급해야 하는 회사의 경영 변화로 노동자, 농민, 서민은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고, 그것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곧, 사회 전체의 금융자산 증가는 다수 대중에게는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달러 유통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이해, 환율을 더 높게 유지하려는 국내 수출 재벌 기업들의 이해, 금융자산의 성장을 바라는 금융 계급의 이해가 맞물려 외평기금에 모이면서 그 규모를 끊임없이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피해를 보는 계층이 대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강요된 대외 자산 운용

정부가 수출주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평기금을 활용하여 환율 유지정책을 펴면 필연적으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한다. 또한 수출주도 정책은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기 때문에 이 역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 환율 하락 압력이 생긴다. 왜냐하면 외환이 많다는 것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싼 값으로 외환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외환의 시장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예를 들어 1달러는 1,200원에서 1,100원으로 낮게 평가된다.

정부가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평기금을 만들어서 외환을 사들였는데, 이것이 이제는 거꾸로 환율 하락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달러 가치 하락에 따라 외국에서 값싼 달러를 빌려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까지 증가하면 환율 하락의 압력은 더욱 거세진다. 환율의 하락은 수출 기업들에게는 사업 의지를 꺾는 아주 나쁜 소식이다. 정부도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자산의 일부를 밖으로 내보내서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정책에 대한 유인을 갖게 된다. 특히 정부는 민간 법인들(금융법인과 비금융법인)의 대외투자 확대에 관심을 갖는다.

실제로 참여정부 때, 미국이 9.11 사태 이후 달러 발행을 늘림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급증하고 외국인 투자도 증가하면서 정부는 민간 기업들의 대외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편 바 있다. 정부는 2005년에 대외투자 전문기구로서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했는데, 이 기구는 우리나라 법인들의 대외투자를 촉진하는 선도 역할을 맡을 터였다. 한국투자공사의 설립 목적은 정부(외평기금), 한국은행, 연기금에서 자산을 위탁받아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금융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한국투자공사법 제1조(목적), 외환 가격 이해 제2조(정의))고 규정되어 있다.

2007년 1월,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 및 해외투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국내 거주자의 외국 부동산 매입이나 대외 직접 투자, 외국 펀드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대외투자를 확대하고 금융권들에 대해서는 외국에 진출하여 외국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참여정부가 외환 가격 이해 주창한 “동북아 금융 허브론”은 우리나라의 대외투자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에서 나왔다. 달러 자금이 모이는 것과 흘러나가는 것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어서 우리나라를 달러가 자유롭게 유통하는 중간 저수지로 만들자는 것이 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그 무렵부터 우리나라의 대외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다[표 4]. 그러나 그러한 대외투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다.

증권투자, 직접투자, 파생상품 투자만 하더라도 대외투자 규모가 2000년에는 27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5년에 918억 달러, 2006년에는 1,483억 달러, 그리고 2007년에는 2,357억 달러로 성장한다. 우리나라 대외투자와 관련하여 특징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는 일반정부 부문의 대외투자 잔액이 매우 큰 규모를 차지한다는 것이다[표 5]. 이는 외환 가격 이해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의 대외투자가 증가한 사실을 반영한다.

한국투자공사

물론 이러한 대외투자 확대 정책은 2008년 글로벌 위기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대외투자를 늘린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대외투자 자산에서 대규모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국회는 대외투자에서 손실을 본 은행들에 대한 1,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급 보증안에 동의해야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다시 대외투자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외국인 투자는 나중에 대외투자 증가로 메워진다. 그리하여 대외투자에서 외국인 투자를 뺀 순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큰 마이너스 금액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거의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산(부동산, 유가증권) 가격 상승

정부가 외평기금을 마련하여 외환을 사들이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어난다. 풀려난 외환 가격 이해 돈이 너무 많으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하여 풀린 돈을 회수하는 이른바 “불태화 개입”을 하지만, 돈을 완전히 회수할 수는 없다. 최소한 통화안정채권 이자만큼은 돈이 풀려나간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통화안정채권 이자 지급액이 매년 3~7조 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크다. 우리나라의 본원통화 증가 규모가 2019년에 20조 외환 가격 이해 원, 2020년에 30조 원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통화안정채권 이자 규모가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풀려나간 돈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게 된다. 통화안정채권은 안정성이 보장되는 투자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 세력에게 일종의 혜택이라는 점도 덧붙여야 한다.

자산 가격의 상승은 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에 자산과 소득을 재분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 가격 상승이 계층들 사이의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결국 외평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하여 이와 연동된 통화안정 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날수록 우리나라의 불평등 수준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양호한 경제 성적 지표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많은 문제점을 만들에 낸다. 특히 외환보유액의 증가가 수출의 증가가 아니라 단기 투기자본(핫머니)의 유입을 반영할 경우 그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진다. 예컨대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 차입 비용이 싸지고 그리하여 미국의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자산 구입의 규모를 더욱 늘릴 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증가할 수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늘어난 외환보유액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점들의 대부분은 부를 특정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특정한 세력에서 다른 세력으로 이전시킨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대체로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부를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외환보유액이 대부분 달러 표시 자산이라는 점 때문에), 그리고 우리나라 안에서는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등 일반 대중의 손에서 수출 재벌기업과 금융세력의 주머니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런 면에서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것은 어떤 계층에게는 좋은 것이지만 다른 계층에게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외환보유액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그것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면 이는 일반 대중의 손실로 돌아간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외환보유액의 필요성을 줄이는 일차적인 방법은 단기 이득을 노리면서 수시로 국경을 넘나드는 운동을 하는 자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단기 자본의 이동이 줄어들면 외환보유액의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자본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은 외환 포지션 한도제와 같은 직접적인 규제가 있을 수 있고, 조세와 같은 간접적인 규제가 있을 수 있다. 어려움은 자본 이동의 자유를, 거기에서 이익을 얻는 세력이 스스로 제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0 개 댓글

답장을 남겨주세요